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음성을 문자로 바꿔주는 STT(Speech to Text) 기술은 오타가 너무 많아서 "그냥 참고용일 뿐, 실무엔 못 쓴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AI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회의록 자동 작성, 강의 녹취, 유튜브 자동 자막까지 음성 인식 AI가 정말 빠르게 우리 일상과 업무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이런 변화를 보며 주변에서 저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제 AI가 다 받아써주는데, 속기사라는 직업은 사라지는 거 아닌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단순히 타자만 치는 입력 작업은 AI에게 대체될지 몰라도, 진짜 '기록'을 만드는 속기사의 가치는 오히려 더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제가 직접 느끼는 AI와 속기사의 실제 관계, 그리고 앞으로의 변화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1. AI는 빠르지만, '이해'하진 못한다 (현장의 한계)
STT 기술의 가장 무서운 점은 단연 '속도'입니다. 1시간짜리 긴 음성 파일도 AI에게 던져주면 단 몇 분 만에 텍스트 파일로 뚝딱 만들어 내죠. 하지만 실제 현장 녹음본을 다뤄본 분들은 아실 겁니다. 현실의 음성 데이터는 절대 깔끔하지 않다는 걸요.
동시 발언: 회의 중 두 세 사람이 흥분해서 동시에 말을 섞을 때, AI는 누구 말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텍스트를 엉망으로 꼬아버립니다.
전문 용어 및 고유명사: 사투리, 줄임말, 최신 은어, 회사 내부 프로젝트명, 어려운 법률/의학 용어는 전혀 다른 단어로 알아듣고 소설을 씁니다.
주변 소음: 컵 놓는 소리, 마이크 울림, 웅성거림이 섞이면 엉뚱한 외계어를 출력하곤 합니다.
결국 AI가 뽑아낸 결과물은 완벽한 회의록이 아니라 '오타가 섞인 아주 빠른 1차 초안'일 뿐입니다.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AI 특성상, 문맥을 잘못 짚어 완전히 다른 의미의 문서가 될 위험이 늘 존재합니다.
2. '타자 치는 사람'에서 '기록을 책임지는 에디터'로
과거 속기사의 핵심이 *"남들보다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여 타이핑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역할의 중심축이 완전히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제 속기사는 단순히 들리는 소리를 옮겨 적는 '입력자'가 아니라, AI가 만들어낸 초안을 검증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기록 편집 전문가(Editor)'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 현장에서 사람이 반드시 개입해야 하는 3가지
문맥을 고려한 교정: 발음이 비슷한 단어 중 어떤 게 이 회의 맥락에 맞는지 판단하는 것은 오직 사람의 지능으로만 가능합니다.
화자 분리 및 문장 정돈: "음...", "어...", "그니까..." 같은 불필요한 추임새를 적절히 쳐내고, 누구의 발언인지 정확히 명시해 읽기 편한 글꼴로 다듬습니다.
공식 문서로서의 신뢰성 확보: 법원이나 공공기관, 의회 회의록처럼 법적 효력이나 공식 기록이 되는 문서는 단 한 단어의 오류도 허용되지 않기에 인간 속기사의 최종 승인과 검수가 필수적입니다.
3. 적이 아니라 '강력한 파트너'가 된 AI
요즘 실무 현장에서는 AI와 속기사가 싸우는 게 아니라 '팀을 이뤄 일하는 방식'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시간짜리 긴 인터뷰나 세미나를 작업할 때 예전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귀로 듣고 손으로 다 쳤다면, 이제는 1차적으로 STT를 돌려 초안을 만든 뒤, 속기사가 속기 키보드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오타를 수정하고 화자를 나누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 덕분에 작업 피로도는 획기적으로 줄어들었고, 작업 속도와 정확도는 이전과 비할 수 없을 만큼 올라갔습니다. 기술에 밀려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도구'로 삼아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있는 셈이죠.
💡 앞으로 AI 시대에 속기사에게 진짜 필요한 역량
앞으로는 타자 속도만 빠른 사람보다, 아래의 역량을 갖춘 속기사가 훨씬 더 높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어휘력과 문맥 이해력: 앞뒤 사정을 파악해 꼬인 문장을 매끄럽게 정리하는 능력
전문 분야 배경지식: 법률, 의료, IT, 금융 등 특정 분야의 용어를 깊이 있게 알고 있는 전문성
AI 도구 활용 능력: 다양한 STT 프로그램과 에디터 프로그램의 특성을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조작하는 기술
📝 글을 마치며
AI의 발전으로 속기사의 입지가 줄어들 거라 걱정하는 시선이 많지만, 현장에서 느껴본 바로는 "작업의 성격이 고차원적으로 바뀔 뿐, 직업 자체가 사라지진 않는다"는 것입니다. 반복적이고 피곤한 단순 입력 작업은 AI에게 맡기고, 사람은 '문맥을 판단하고, 정확성을 검증하며, 기록의 책임'을 지는 본질적인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술을 두려워하기보다 내 강력한 보조 작가로 삼을 때, 속기라는 직업은 AI 시대에도 대체 불가능한 전문 영역으로 계속 남게 될 것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FAQ)
Q1. STT 기술이 더 발전하면 결국 속기 키보드나 속기사는 아예 안 쓰이게 될까요?
단순 음성 메모나 일상적인 녹취는 STT만으로 충분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법적 책임이 따르는 법원/의회 기록, 100%의 정확도가 요구되는 방송 자막 등 '오류가 나면 안 되는 공식 현장'에서는 인간 속기사의 최종 검수와 실시간 대응이 계속 필수적일 것입니다.
Q2. 속기사를 준비 중인데 AI 때문에 진로를 바꿔야 할지 고민입니다.
단순히 '타자 속도'만 믿고 시작하신다면 재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문장 구성력, 청취력, 문서 정돈 능력'을 함께 갖춘 기록 전문가를 목표로 하신다면, 오히려 AI를 활용해 과거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의 시대가 될 수 있습니다.
Q3. 실무에서는 어떤 AI STT 도구들이 주로 쓰이나요?
클로바노트, Daglo(다글로) 등 음성 인식 정확도가 높은 다양한 국내외 STT 플랫폼들이 초안 작성용으로 활발히 활용되고 있으며, 속기사들은 이 초안을 전용 에디터로 가져와 정밀하게 다듬는 작업을 거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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